2024년 1월 25일 목요일

3화 인연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어떻게요?..”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저를 위해서요?”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기 때문이라옹

 

내 것이 아닌 감정

그 말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때 같이 있었는데

감정이 어떻게 제 감정이 아니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들이 결정 내버린 감정에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옹,

그때 그냥 주워 줄려고 했던거자나옹?”

“…맞아요”

 

젤리는 자주 오던 앤비를 걱정했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렇게 지켜보다 다짐했고 할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났었다.

 

‘좀 더 내가 더 빨리 결정을 내렸다면

그런 속상한 일은 겪지 않았을텐데…’

 

더 빨랐더라면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기에

지나간 이 상황이 더 속상하게만 느껴졌다.

 

“그럼 그냥 보내버리자옹

“…”

“나도 지나간 일에 미련이 한가득일 때가 있는데

그냥 좋은 마음에 해준 걸 생각만 하면 된다옹.”

“좋은 마음이요…?”

 

앤비는 자루를 들던 상황을 떠올렸다.

눈길 하나 주지 않던 자루를 들고서

찾아주려고 했을 때의 그 마음

 

“좋은 마음에 한 건 변하지 않는다옹

“저도 아는데

오해가 생기니까.. 저도 모르게 속상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지나간 일에 미련은 있다옹

그걸 잘 흘려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옹

“그냥 흘려보내라는거에요..?”

“그렇다옹, 미련은 두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거다옹

 

“저는 항상 도돌이표처럼 생각했어서…”

“나도 더 빨리 너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옹,

하지만 지나가버렸지..”

 

이 모습을 보니까 자꾸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결심을 했기에 더 이상은 미련이 없었다.

아니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

 

 

“누워보라옹”

 

젤리는 잔디 바닥을 툭툭 치며 앤비를 불렀다.

“흘려보내는 건 어려울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을 즐기는 것 보다 좋은 건 없다옹

 

앤비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위로에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가장 좋아하는 걸 하거나,

편하게 생각을 잊을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옹"

 

‘잊을 수 있는 생각…’

점점 눈 시울이 붉어졌다.

조심스레 잔디에 몸을 누어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주로 잔디에 누워서 별을 본다옹

아무 생각없이 별을 바라보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

“우와… 보름 달이 엄청 크네요

 

**

 

 

떠 있는 보름달은 크고 선명한 빛을 내었고

밤하늘의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 내릴 듯

빛이 나 아름답게 하늘을 수 놓았다.

 

 

“함께 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옹,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네??”

 

앤비는 젤리에 말에 놀라 일어났다.

“정말이에요…?”

 

믿을 수 없었다.

“제가 들은 게 진짜…”

“어땟나옹? 피로가 풀리는 것 같지?”

 

젤리에 눈가에는 반짝이는 별이 담겨졌다.

“지금처럼 좋은 건 두고두고 봐야한다옹.”

“그럼 저와…”

 

앤비는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잘 못 들었을 까 걱정됐다.

젤리는 앤비를 보며 입꼬리를 진하게 올렸다.

“밝은 빛이 되 줄게

“…”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기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긴장 된 몸이 사르르 풀리듯

눈에는 눈치 없이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갑자기 말 바꾸시고 그러시는 거 아니죠….”

앤비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훌쩍였다.

“옷…이런 말은 처음이라…”

 

젤리는 당황했다.

보이는 것도 처음..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를 직접 위로하는 것도 처음

 

“나는 없는 말은 안한다옹

그 대신 달라진다는 조건 하에 가는거다옹,

나도 그냥 갈수는 없다옹

 

젤리에게 마지막 소원은 신중했다.

 

 

앤비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푹 숙였다.

“달라져볼 게요…”

 

항상 달라지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다.

누군가 말해주길 기다렸었고

괜찮다 말해주길 기다렸었다.

 

지금이 아니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달라질 수 있다옹, 믿음에는 큰 힘이 있지

“감사합니다…”

앤비는 작게 속삭였다.

자신은 없었지만 그 말이 빛처럼 들렸다.

 

젤리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우렁찬 목소리를 내었다.

“믿음에는 생각 이상으로 강한 힘을 갖고 있지!

지금부터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마법 같은 일이 이루어진다옹~"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앤비는 어둑한 길을 혼자 걸어왔지만,

둘이 같이 갈 수 있어 설레였다.

 

양 손을 젤리 앞에 내밀었다.

“저는.. 그냥 옆에만 있으셔도 좋아요

“서운한 말을 큰 힘이 될거라옹,

힘든 일, 안좋은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옹

 

앤비는 그 말에 화사한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댈 수 있음에 편안해졌다.

 

무슨 일 이 있을 때마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큰 위로처럼 들렸다.

“듣기만 해도 정말 좋아요~”

 

***

 

설레는 표정으로 젤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애완이가 환생하면 어디로 가나요?"

"다른 생을 살아갈 수도 있고, 옆에서 지켜줄 수도 있다옹"

"그럼 기다린다는 말은 진짜였네요..."

"맞다옹"

 

앤비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지킴이로써 아직 옆에 있을 수도 있다옹

 

어려서 몰랐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진짜였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제가 잘해줬을까요…?”

“잘해줬나옹?”

“떠나니까 못해준 것만 기억나더라구요…”

 

“말하진 않더라도 다 안다옹

그때에 추억들이 많다면 좋은 기억에 남겨져 있을거라옹

“그랬으면 좋겠어요

 

앤비는 젤리의 체온을 느꼈다.

그때의 체온이 다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너무 꼭 끌어 않지는 말라옹

젤리는 약간 숨통이 조여지는 느낌이었다.

“아아.. 죄송해요, 추억에 잠시 잠겨서…”

 

“추억하다가 홍~ 가는 줄 알았다옹

“많이 제가 졸랐어요?”

“잠깐 별을 보러 갔다 와도 될 정도에 힘이었다옹

 

앤비는 놀라 팔에 힘을 서서히 풀었다.

“안고 있으면 힘 조절이 어렵더라구요

아프시지는 않죠??”

 

젤리는 몸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앤비에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보이는 건 참 좋은 것 같다옹

“느낄 수 있어서요?”

“맞다옹.

그거 아나옹, 좋은 기억을 남기면 그 자리에 남는다옹

“떠나도요? 뭔지 알 것 같아요…”

 

마치 그 자리에 온기가 있는 것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마지막 모습도 아름답게 기억에 남는다.

 

 

**

 

 

화사한 꽃들이 상큼하고 달콤한 꽃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같이 가니까 좋나옹?”

앤비는 집에 가는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저 요정처럼 생기지 않고 애완이처럼 생기셨어요..”

“혹시 이렇게 생겨서 곤란하나옹?”

“곤란한 건 아닌데너무 귀엽게 생기겨서요..

 

누가 보더라도 애완이를 길줍해서 온 것처럼 보였다.

애완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집 앞에 다가가니 서서히 걱정이 들었다.

 

집에 들어온 생명을 내쫓거나 하시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 젤리를 품에 안고 많은 생각을 누르며 왔다.

 

젤리는 누가 봐도 똑똑해 보였다.

나보다 더 쉽게 설득하고 

말을 잘해서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무거운 발걸음도 가벼운 척 걸어왔다.

 

“혹시 걱정하나옹?”

“실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요어떡해 말해야 할지..”

 

젤리도 예상치는 못했다.

그 말에 깊게 고민을 했다.

 

“나와 함께할 생각은 있나옹?”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오는 내내 다짐했다.

달라질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젤리가 서운하게 느껴졌다.

 

“나는 나 때문에 곤란해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옹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앤비는 젤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젤리는 앤비에 얼굴을 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과 단호한 표정이 었다.

“감동이다옹”

“아니에요, 저는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말하는 게 두려웠지만, 더 이상 두려워지지 않았다

함께할 수 만 있다면

무엇이 되었던 아무렇지 않아졌다.

 

“말하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옹

“제가 선택한 거니까 괜찮아요

“너무 부담은 가지지 말라옹~”

“저는 부담이라 생각 안해요, 옆에 있어주 실 거잖아요

"말해야 하는 일은 말해야한다옹. 긴장되는 일이라도.."

 

맞다. 모든 일은 숨길 수 없다

그런데도 말하는 건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다.

편하게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부터 달라질 건가봐요…”

“이제부터 시작이라옹

 

젤리는 찡긋 웃으며 말했다.

앤비도 긴장이 사르르 녹는 듯

해맑게 젤리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

 

 

 

 

“여기가 우리 집이예요

 

앤비의 집은 펜스들은 크게 높지 않아

주위가 넓어보였고

동산처럼 둥글어 자연에 그대로의 분위기였다.

 

“오호~ 여기구나, 참으로 좋은 향기가 가득하다옹

 

나무 문을 열자 화초와 덩굴식물.

아기자기한 화분이 진열된 선반, 파스텔 톤의 원목 인테리어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제가 치우지를 않아서..

이럴 줄 알았으면 치우고 나갈걸..”

“말 편하게 하라옹, 이제부터 같이 살 동거인데~”

“앗, 정말요??”

“난 편한 게 좋다옹

젤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속 이렇게 올림말 쓰는 것도 불편했다.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앤비는 조심스러웠다.

쉽게 말을 놓는 성격은 못되어

오래 봐야 조금씩 편하게 했었다.

 

“뭐 애칭 같은 게 생각나나옹?

난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제일 좋다옹

“오래 봐야 애칭도 생기지 않을까요…?

아니, 생기지 않을까…?”

 

젤리는 흠짓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젤리는 앤비 품에 나와 소파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몸을 웅크려 고개를 숙였다.

 

“어… 왜그래?”

앤비는 갑작스러운 반응에 놀라

말없이 젤리를 바라봤다

 

“모르나옹..?”

“…나는 잘 모르겠어…”

 

 

“이제 같이 지낼 건데.. 서운하다옹

나는 말없이 계속 지켜봐왔다옹. 잠시 늦었을 뿐…”

“급하게 친해지면 내 행동도 어색해질까봐…”

 

“오랫동안 친하면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나옹?”

“조금은 알지 않을까…?”

“나는 많은 걸 보면서 느꼈다옹.

꼭 오래 봐야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라는걸..”

 

앤비는 문득 떠올랐다.

오래 봐서 다 말할 수 있었다면

편하게 느껴졌더라면

말하는 게 힘겹게 느껴지지 않았을 테니까

 

“오래 볼수록 모를 때가 있다옹

“그럼 어떻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느끼는 감정이 제일 중요하겠지옹?”

“감정? 그러네…”

 

감정은 그때 그때 달라진다.

뭔가 해답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래서 오래 본다고 해서

그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옹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을 것 같아…”

 

젤리는 기지개를 쭉 피고 다시 일어나 앤비 앞으로 갔다.

“하지만 내가 천천히 다가가겠다옹

그 말에 앤비는 환하게 웃음을 보였다.

2024년 1월 1일 월요일

[수정된 2화 ] 미련이 남는 시간들

 

 둘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게 들렸다.

 

귓가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게 느껴지자

긴장이 풀려 의자에 누워 버리듯 기대었다.

정말 바보인가 봐.. 왜 말을 못 할까…?

 

잠시 잠들었을 뿐인데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그 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맴맴 들리는 것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

 

 

한참을 그렇게 있다

전철 문이 열리는 걸 보고 빠르게 뛰어갔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마음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해졌다.

지나다니는데 어떻게 안보이 게 할 수 있지..

내가 한 게 아닌데...”

 

창밖은 여느 때와 다르게 평온해 보였다.

괜찮을 거야내일은 별일 없을 거야…”

혼자 그렇게 작게 되뇌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

 

길을 걷다 깜빡거리는 가로등불을 만났다.

그 사이에 서서 멍하니 사라졌다 보였다 하는 게

쥐고 있던 자루도 놓고 싶을 만큼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어떡하지..."

 

눈가에는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힝... 모르겠단 말이야누가 말 좀 해줬으면 좋겠어..”

 

고개는 힘없이 떨어졌다.

“그냥 어떨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오늘따라 어두운 밤 길이 길게만 느껴졌다.

유일한 안식처인 수호목을 보러 하염없이 걸었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나요?"

씁쓸했지만 애써 웃으며 인사했다.

 

“무언가를 바라면 이루어지게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거 아니겠나옹?

나무 이파리 사이로 젤리는 나오며 말했다.

 

 

"... 말을 하네...?"

둘 사이 정적이 흐르고

 

"... 할아버지가 말한 초록색 말랑말랑?"

"내가 보여?"

"오다가 쓰러졌나...? 아니면 오늘 온종일 꿈꾼 건가?"

 

 

"꿈이 아니라옹, 원래 나를 볼 수 없었을 텐데 무슨 일이지?

심하게 놀라는 앤비의 반응에

젤리는 다급하게 수호목에서 내려왔다.

 

모습이 보인다는 게 의아했다.

그렇지만 항상 예전부터 보이고 싶었던 터라 좋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자유같다옹

 

“정말꿈이 아니예요..?

“꿈이 아니다옹, 요정이다옹~”

"요정이요?"

요정이 아니면 내가 말할 이유가 없지~”

 

마치 꿈처럼 보였다.

앤비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고 다시 젤리를 바라봤다.

"꿈 같겠지만 보이는 게 진짜다옹"

 

“정말… 요정이에요?

젤리는 앤비에 반복된 질문도 좋아 순간 마음이 간질거렸다.

입꼬리도 함께 진하게 올라갔다.

그럼 요정이지옹~ 지금까지 잘 버텨왔어

“…저 위로해 주시려고 오신 거예요..?

“…그렇다옹

 

앤비는 뜻 밖에 위로에 여러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흐엉ㅡ

 

소리 내어 우는 앤비를 보며

젤리는 앤비가 외로이 수호목에 기대어 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앤비의 얼굴은 팅팅 부어오르고

젤리는 위로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지금 처럼 하면 돼…”

 

앤비는 알 수 없는 말에

다급하게 눈물을 닦고 젤리를 바라봤다

 

젖은 얼굴을 본 젤리는 조금 더 다가갔다.

정말 지금처럼 해오면 돼, 그러려면 또 용기가 필요하겠지옹?”

용기요?

“그렇다옹, 특별한 모습으로 성장할 거야

 

제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허어…! 내 앞에서 그런 말 말라옹,

달라질 수 있고, 소원을 들어주면서 수차례 봐왔다옹,

그래서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좋아하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이다옹, 소원을 이룬 999개의 소원 리스트지

 

젤리는 자신감 있게 두루마리에 있는 끈을 풀고

앤비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그 두루마리 뭉치는 한눈에 봐도 낡아

변색되어 노래진 종이가 두꺼운 원통 나무를 두르고 있었다.

 

소원 리스트는 끝도 없이 풀어지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게 풀어지다 돌에 걸려 멈춰졌다.

그 안에는 빼곡한 글씨들과 다양한 그림들이 안에 그려져 있었다.

우와이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것 같아요…”

 

앤비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두루마리를 살펴봤다.

많은 문자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 찼다.

 

우와이렇게 하려면 힘들지 않으셨어요…?

종이에 적힌 무수한 흔적들이

앤비도 모르게 자꾸만 감탄하게 됐다.

없다면 거짓말~

힘든 적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면 경험으로 남아 좋았다옹

젤리는 두루마리를 신기하게 보는 앤비를 보며

입가에 점점 미소가 스며들었다.

 

***

 

젤리는 마지막 소원이 남았다.

 

 

  소원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내키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여러 번을 하다 깊은 잠이 들고 깨어났다.

 하나의 소원인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홀로 참고 견뎌내는 앤비를 바라보다 젤리는 점점 정이 들었다.

 

 

“이제부터 걱정하지 말라옹”

"제 소원도 들어주시는 거예요?"

젤리는 확신에  눈빛으로 끄덕였다.

 

 

소원을 들어주고 행복해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젤리는 춤추듯 앤비 사이로 돌았다.

 

♪♩♪♬ -

버드나무 잎으로 소리를 내었다.

 

소원을 시작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포착한 젤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 어떠나옹?

"어떤게요...?"

"기분이 ~ 하고 좋아지지 않나옹?"

" 괜찮아요~"

"...?"

 

이상했다.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을 내리면

달라진 눈빛을 볼 수 있었는데 앤비에 눈빛은 그대로였다.

 

‘속마음도 들리지 않는다옹.. 뭐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알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젤리는 황급하게 수호목에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진  

차분하게 앉아 기도를 했다.

제가 소원을 미룬 것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부디….

 

일부로 미룬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간절함을 찾고 싶었다

욕심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

 

.

 

젤리의 몸은 달빛에 비쳤다.

젤리는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집중했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세요…"

지금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주변이 고요해지고 풀벌레 소리가 울렸다. 영롱한 빛이 젤리를 맴돌았다.

 

[치르르르ㅡ]

"돌아온 건가?, 이제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건가?"

주변에 맴도는 영롱한 빛들이

눈앞에 보이자, 젤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옹…"

 

역시 간절함은 닿았다.

한 줄기 빛처럼 새록새록 피어나는 기분이 다시 들었다.

젤리는 힘차게 일어나 앤비에게 갔다.

 

이제 정말로 들어줄 수 있다옹

진짜요?”

내가 평소 좋아하는 멜로디가 있는데, 들어볼래옹?”

~ 좋아요

앤비는 환하게 웃으며 젤리를 바라봤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부드러운 연주곡.

♪♩♪♬ -

 

마치 그 소리는

긴장된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게 하고

퐁실퐁실한 구름을 뛰어다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소리가 너무 좋아요…”

그렇나옹?”

, 잠들기 전에 들어도 좋을 만큼 부드러워요..”

나도 이런 포근한 음색을 좋아한다옹

뭔가 위로받는 느낌도 들어요,

그래서 더 좋아요.. 그래서 힘들 때 노래를 찾나?”

 

수호목에 앉아 힘들 때마다 많은 노래를 듣던

앤비는 문득 궁금해졌다.

 

"노래는 보이지 않게 많은 힘을 준다옹,

마음에 동하는 노래를 들으면

나도 그 자리에 서서 멈추어 듣게 된다옹"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아니다옹~ 나도 그렇다옹,

나도 힘들면 위로를 받기 위해 서성이며 그런다옹

 

**

 

젤리는 앤비에 눈을 유심히 바라봤다

 

달빛에 어두워서 그런가…’

무슨 일 있어요…?

아니다옹

 

몸이 보이는 상태라

좀 더 가까이 고개를 내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기분은 어떠나옹?

~ 하고 좋아지지 않았나옹~?

“네, 요정님 만나고 좋아졌어요 ㅎㅎ

정말…?

“정말 좋아요~”

 

앤비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좋다고 해서 좋은데, 눈빛에 변함이 없어서

젤리는 무언가 콕 하니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옆에서 있을 거라옹…’

 

".. 궁금한게 있는데요. 수호목에는 언제부터 있으셨어요?"

 

오래됐다옹, 여기서 장난감부터 시험합격, 건강하게 해주세요 ~

많은 소원들을 들어주며 여기 있었어

"그렇게 많은 소원을 들어주면 기억나요?"

"소원을 들어줄 때는  특별한 기억이다옹, 그래서  기록하지."

 

젤리는 소원을 들어준 때를 잠시 회상했다.

소원은 멀지 않고 가까이 있다옹

“..지금처럼요?

 

그 말을 들은 젤리는 양 볼이 붉게 올라왔다.

.. 쑥쓰럽구먼

지금도 그렇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다 눈앞에 보이게 된다옹

진짜..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신 게 맞네요

세세하게 기억하는구나옹?”

“…?”

 

젤리는 순간 당황했다.

눈 앞에 보일 거라고 생각도 안 했고

꾸준히 지켜봐 온 걸 말할 수 없었다.

..오늘따라 흩날리는 풀소리가 좋지 않나옹?”

"잊지 못할  같아요

오늘 여기에 앉아서 대화한 전부 모두 다요

오호 ~ 전부 다 좋았나옹?”

어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신기했다. 보이니 누리지 못할 일도 생기니

이 기분을 짧게 끝내는 게 아쉬웠다.

입가에도 미소가 서서히 번져갔다

 

나도 이렇게 불어오는 바람에 같이 앉아 있으니 좋다옹

나는 젤리다옹, 너의 이름은 앤비지?"

 

"맞아요- 제 이름 앤비에요

 

**

 

 

이제부터 속에 있는 말 편하게 하라옹

"편하게 라면..."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옹

젤리는 우선 앤비에 모든  알기 위해 친해지고 싶었다.

 

저는…”

앤비는 망설여졌다.

편하게 말해 본 적이 없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 어렵게 느껴졌다.

괜찮다옹, 천천히 말해도 좋다옹.  들어주겠다옹”

 

 말에 앤비는 오기 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렸다.

실은 오해가 생겼었어요…”

자세히 말해보라옹

 

젤리는 앤비 가까이 붙어 앉았다.

제가 아니라고 하긴 했는데

제대로 말을 못 해서 계속 저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앤비는  일들을 떠올리며 사실대로 털어놨다.

 

믿어주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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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3화 인연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 “어떻게요 ?..”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 “저를 위해서요 ?”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