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월요일

[ 수정된 1화 ] 그때 줍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달콤한 꿀을 못 얻는다.

대신 얻을 수 있는 건 꽃가루뿐

 

숲속 깊은 곳

 

꽃밭들에 폭 담겨

강력한 진동으로 꽃가루를 수확하는 우리들

 

꽃가루가 흩어져 나오고 온몸으로 묻어져 나온다

 

온몸이 노랗게 물들어 갈 때쯤

수확은 서서히 마쳐간다.

 

 

***

 

 

허전한 공기만 흐르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고요한 소리.

이 소리에 익숙해졌다

 

.

.

어느 순간부터 점점 마음속에 

어느 날부터 인가 지워지지 않는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나는 어릴 적 불의에 사고로 혼자 남게 되었다.

깨어났을 때 아무도 없었고

숙모가 나를 데려왔다.

 

어릴 적 기억은 사진에 남아 있고

사고 때문인지 기억들은 흩어져 남아있지 않았다.

 

 

그 검은 그림자는 집어삼키는 기분이 들어

말하는 것도, 잘 못 된 부탁도 거절하기 어려웠다.

모든 일은 전부 내 책임 같았다.

 

 

잘된 일도 잘못된 일도..

 

.

.

.

 

"허어.. ... 또 꿈이네.."

 

 

어릴 적 사고가 아직도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깨어나면 아무 기억도 없이 사라진다

의지할 곳은

딱 한 곳..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무성한 수호목

 

그곳에 가면 이상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숨 쉴 수 있는 곳

 

 

몇 년이 흘렀을까.

이 수호목은 더 웅장하게

날 포근하게 감싸는 주는 듯했다.

 

 

마치 안아주는 듯했다.

 

***

 

언제나 그 자리에서 수호목을 바라봤다.

 

[샤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온몸을 스치는 바람에 기분이 편안해졌다.

 

"풀소리... 바람소리..

흘러가는 구름까지 다 좋네.."

 

 

앤비는 버드나무 결을 따라 매만졌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게 온기를 느끼듯 만지고 나면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오늘도 왔어요~"

 

수호목에 인사하자

눈인사만 자주 하던 할아버지가

내 옆에 와서 뒷짐을 지고 바라봤다

 

"자주 오네~ 고민이 많은 가벼, 어제도 오늘도 오게"

"..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져서요..."

"그래? 소원은 빌었는가?"

 

 

 

 

 

 

소원...

많이 들어봤다.

속으로 많이 빌었는데같은 걸 빌어도 소원일까?

"요즘에는 잘…”

"아쉽구만 그려. 잘 들어봐

이 나무는 400년을 넘도록 살았는데 여기에 ..."

 

갑자기 할아버지는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

 

"초록색에 윤택 나는 말랑한 애완이를

닮은 게 살고 있어... 근데 그게 그냥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본다고 하더구먼"

 

"설마요..."

"설마가 진짜여, 말랑한 애완이는

지금도 보고 있고 다 듣는다 하더군

이 나무에 도는 소문이 그냥 도는 소문이 아니여~"

 

맞다.

그래서인지 행사가 있으면 꼭 들리는 명당 장소처럼 북적였다.

 

 

자주 왔으니 계속 빌었겠지만,

보인다 생각하고 소원 찐하게 한 번 더 빌어보는 건 어떠한가?”

"...이번에는 정말 들어줄까요?"

 

흠흠.. 꼭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여,

지금도 듣고 있겠구만. 그냥 믿어보게나 그려

 

오랜만이지만 할아버지 말에

잠시 고민하다 소원을 빌었다.

 

처음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간절하게 많이 빌었었다.

시간이 지나고 점차

소원보다는 마음에 안식처처럼 왔다.

 

이번에는 들어주실까..?

 

언제나 하루를 편하게 보내게 해주세요

.

.

"빌었는가?"

... 이전에는 제가 부족했을지 몰라서

이번에는 진심을 더 해봤어요.”

탁월한 선택이구먼. 인자는 들었겠지!

진심을 더 하면 외면하기 어려운겨! 허허허

 

 

할아버지는 인자한 웃음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심은 닿는 걸세,

어디 한 곳에 계속 모여서 있을 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될 게야"

 

조금씩 달라진 다는 말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소원을 빌어서인지 기분이 편안해지네요"

물론이지

 

[솨아-]

 

바람은 기분 좋게 살랑살랑 불어왔다.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도 포근하게 느껴졌다.

 

"나뭇잎도 산들산들 흔들어주는 거 보니까 소원을 들어줄 라나 보구먼,

그거 아나? 소원은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여러 형태로 움직인다네

일종에 싸인 같지 않은가?"

 

그래서 잘 모를 수도 있겠네요...

여러 형태라면 저도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고..

정말 그렇다면 좋을 것 같아요~”

 

허허허. 긍정적이구먼, 꼭 이루어질 걸세

멀리서 많이 보았지만 참 괜찮은 친구여

감사합니다

 

칭찬은 언제나 쑥스럽다.

양 볼이 달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이 웅장한 수호목에

오랜만이지만 소원까지 빌고 나니

오늘 하루는 계속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

 

활짝 핀 꽃들이 가득한 정원

 

야생 꽃들 보다 직접 길들이고 키우며,

규칙적으로 꽃들이 나열되어

깔끔한 동선을 가진 들 푸른 꽃밭이다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원하게 트인 길옆으로

형형색색 꽃들을 마주 볼 수 있다.

 

 

 

그 사이로 들어가면 더 많은 꽃들과 마주 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은 중간 맛

 

"오늘도 수확하느라 바쁘네 다들"

 

꽃밥에 올라가려면 바로 올라갈 수는 없다.

샤락- 샤락, 샤샤샤샥

 

세 번 만에 올라갈 수 있다!

 

흔들리는 약한 이파리를 밟고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

 

온 신경을 집중해 발 끝에 힘을 통하여

한 잎 두 잎 올라갔다.

흔들림이 있어 재빠르게 해야 한다.

 

.

.

"어이쿠오늘도 여섯번이넹..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사실 한 번도 세 번 만에 올라 간 적은 없다.

그냥 희망 사항이고 그렇게 올라가고 싶었다.

 

--

꽃밥에 도착하자마자 크고 부드러운 꽃잎을 골라

가방이 떨어지지 않게 내려놨다,

 

[포옥-]

 

챠륵챠륵.

이 꽃은 포슬포슬하니 부드러운 느낌이 드네…”

 

너무 단 맛이 강할 때는 그냥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단 맛보다는 중간 맛이 수확은 어렵지만

찾는 분들이 많아 뿌듯하고 수확에 기쁨도 크다

 

그리고 중간 맛을 모으면 여러 가지로

사용이 가능하고 새참 간식 당고도 만들 수 있어 좋다

 

이 정도 맛이면 중간 맛 당고에 딱이겠다…”

 

샤락샤락-

 

그 중간 맛을 찾으러 이꽃 저꽃 둘러보며

중간 맛을 찾았다.

 

중간 맛인 걸 확인하는 방법은 피어난 정도로 볼 수 있다.

기록도 해놓기 때문에 편하게 수확할 수 있고

덕분에 기록지는 남들보다 좀 더 도톰하게 가지고 있다.

 

 꽃은..  많이 쓰네 꽃으로 가볼까?

 

찾는 꽃들은 거의 보기 드문 편이라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찾는 편이다.

 

 

"집에 가여지! 또 늦게 갈 참이여~"

 

나를 처음에 알려주던 선배

보이면 항상 집에 빨리 들어가라고 하신다

 

". , 후딱 정리하고 가려구요.."

 

배운 뒤로는 가벼운 인사만 하는 정도이다.

"후움... 1시간 만 더 있었으면 더 수확 했을 텐데.. 아쉽당..."

 

 

수확할 때에는 정신이 없다

다 하고 나서 주머니를 조심스레 열어보는데

열어 볼 때마다 긴장된다.

 

수확이 늦어지면 해가 더 빨리 지는 느낌이다

언제나 몇 시간 더 있었으면 하는

 

꽃가루가 품질도 좋고 많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오늘 수확량이... "

 

생각보다 별로 없다.

자루를 열어보니 노란 꽃가루들이 반 정도 차 있었다

 

이러면... 내일도 쉼 없이 와야 하는데…”

 

단맛, 중간 맛, 쓴맛 구분 없이

골라 담는다면 적당한 품질에 꿀도 얻을 수 있고

적당하게 할 수도 있기는 한데...

 

 

모든 건 선택에 연속이라지만

중간 맛이 주변 반응이 좋아서 뿌듯함을 놓칠 수 없다

 

 

 

 

 

**

 

 

큰길에는 전철이 이동하는데

원하는 꽃들에 빠르게 갈 수 있게 개통되었다.

 

정말 편하게 이용하기 좋다.

꽃밭은 광활해서 잘 보이지 않아

이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원하는 꽃에 도착할 수 있다.

정말 볼 때마다 다리가 편안해지는 느낌이야…”

 

.

.

 

! 누가 잃어버렸나. . “

 

전철을 타기 위해 들어가자

계단에 굴러다니는 자루가 보였다.

 

자루는 말끔하게 보였다.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이는 적당하게 큰 자루

 

끙차…”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들자마자 묵직함이 손끝에 와닿았다.

 

저 혹시….”

자루들 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둘러봤지만,

혼잡한 계단 속에서 주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두리번 찾다 어쩔 수 없이 분실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무슨 일인지 분실소에 엄청난 대기 줄이 보였다.

오늘은 무슨 일인지 혼잡하네…”

 

가만히 멍하니 지나다니는 걸 보고 있으니

스르륵 졸음이 몰려오는 듯했다.

어쩔 수 없이 벤치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저기요…”

잠결에 들리는 낯선 목소리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자 두 뒤영이가 보였다.

그거 어디서 보셨어요?”

…? 그게 무슨

손에 들린 자루 말이에요, 그거 제껀데..”

! 그래서 제가 분실소에 가져다드리려고…”

 

내 말에 동료는 고개를 갸우뚱 저었다,

그런데 왜 주무시고 있어요, 주인을 찾아줘야지

.. 아뇨, 그건 제가…”

둘의 시선은 차가웠다.

옆에 있던 동료는 위아래로 훑어보고

주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니꺼 맞는지 확인해 봐

저 크기 생김새만 봐도 딱 내꺼지…”

동료는 내가 들고 있던 자루를 확 채간 뒤 주인에게 내밀었다.

 

둘이 서로 말하는 사이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들킬지 모르셨어요? 당황스럽네..

전철역이 유일한 곳인데 세상 좁은 곳이고,

왜 이런 일을 하시고 그래요?”

저는진짜 찾아 드리려고 했던 거예요

 

자고 있는데 그걸 누가 믿어요

분실소에 줄이 정말 길었어요…”

남에 물건이면 분실소에 기다렸다 가져다줬어야죠,

별 믿기 어려운 얘기만 자꾸 하시네,

나 같으면 차라리 빨리 미안하다고 하고

상황 끝내겠다. 그치 않냐?”

 

 

주인은 말없이 끄덕이며 내려다보았다.

왠지 더 이상 말하면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진짜.. 맞나봐…”

 

 

앤비는 놀랐다.

계속 부정했어야 했던 걸까

거봐~ 내가 뭐라 했어. 가져간 게 맞다고 했지?”

“… 진짜 그럴지는 몰랐네…”

…! 아니에요, 계속 그렇게 말씀하셔서...”

 

그 말에 둘은 기가 찬 듯 웃었다.

됐고요, 앞으로는 각자의 일은 각자가 하는 거예요.

남에 것 함부로 쓱 하지 말고, 알겠죠?”

“….”

 

꼭 덤터기를 쓴 기분 같았다.

더 이상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이제 말도 안 한다. 가자 그냥

무슨 말이라도 해야 무슨 말을 할 텐데

저렇게 입만 꾹 닫고 있으니, 뭐 할 말 없겠지

 

지금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속상하게 느껴졌다.

그때 계단에서 모른 척하고 걸어왔더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다시는 보는 일 없으면 좋겠네요. 이만 가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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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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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인연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 “어떻게요 ?..”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 “저를 위해서요 ?”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